새벽 4시, 호스텔 로비에서 만난 미국인 여행자분 덕분에 편안하게 택시를 동승해 창이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탑승(보딩) 시각은 오전 7시라 무려 3시간이나 여유가 있었다.

평소 기차나 버스를 탈 때는 미리 가서 기다리지 않고 시간에 딱 맞춰 가는 편이지만, 비행기만큼은 늘 몇 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한다. 공항과 항공기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무엇보다 기차에 비해 변수가 많고 비행기를 놓쳤을 때 감당해야 할 일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항공 여행은 무조건 여유롭게 움직이는 것이 최고다.

새벽 시간대 한산한 창이공항 터미널 체크인 구역 풍경

새벽 4시의 창이공항 출발 터미널은 오가는 사람 없이 무척 한산했다. 터미널 곳곳에는 대부분 최신 무인 키오스크가 설치되어 있어, 셀프 체크인으로 탑승권을 출력하고 수하물 위탁(백드롭)까지 전부 기계로 비대면 진행할 수 있었다.

싱가포르항공 전용 자동 셀프 백드롭(Bag-Drop) 키오스크 부스

예전 미국 여행에서도 모든 과정을 셀프 체크인과 백드롭으로 진행했었는데, 싱가포르 창이공항 역시 완전히 자동화된 풍경이었다. 특히 창이공항의 셀프 백드롭 기계는 여권 인식부터 탑승자 안면 인식, 캐리어 규격 자동 스캔까지 일사천리로 처리된 뒤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수하물이 자동으로 전송되는 방식이라 무척 신기했다.

출발 게이트로 이어지는 터미널 내부 면세 구역 풍경

울창한 실내 수목과 정원이 조성된 창이공항 터미널 내부

세계 최고의 공항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공항 내부는 흠잡을 데 없이 깔끔하고 쾌적했다. 터미널 곳곳에 초록빛 실내 정원이 잘 꾸며져 있어 걷는 내내 눈이 즐거웠다.


주얼 창이 산책과 자동 출국심사

시간 여유가 넉넉해 그 유명한 주얼 창이(Jewel Changi)로 실내 폭포를 구경하러 발걸음을 옮겼다.

창이공항 셀프 체크인으로 발권한 싱가포르항공 탑승권과 여권 새벽 조명이 차분하게 켜진 주얼 창이 실내 정원 산책로

하지만 새벽 시간대라 아쉽게도 중앙의 거대한 레인 보텍스(실내 폭포)는 운영이 중단되어 있었고 실내 조명도 대부분 꺼져 있었다 ㅜㅜ 웅장하게 쏟아지는 폭포를 꼭 눈앞에서 보고 싶었는데 아쉬움이 남았다.

주얼 창이 환승 통로 주변의 고요한 새벽 풍경

주얼 창이를 한 바퀴 둘러본 뒤 무인 자동 출국심사대를 통해 환승 구역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출국심사를 받는 도중 내 지문이 계속 오류가 나는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결국 직원이 오셔서 사무실로 안내하더니 여권 사진과 실물 얼굴을 꼼꼼하게 대조한 후에야 게이트를 열어주셨다. 잘못한 일도 없는데 괜히 심장이 쿵쾅거리고 살짝 쫄렸다 ㅎㅎ

창이공항 환승 터미널 내 야외 흡연 구역 인천행 싱가포르항공 탑승 게이트 앞 좌석과 전광판 모니터

환승 구역 안쪽에는 야외 공기가 통하는 깔끔한 흡연 구역도 마련되어 있었다. 게이트 앞 좌석에 앉아 비행기 탑승 시작을 기다렸다.


싱가포르항공 탑승과 한국 귀국

싱가포르항공 좌석 개인 모니터와 기내 위생 물티슈

드디어 보딩이 시작되었다! 전날 밤 현지 친구들과 술도 마신 데다 밤을 꼬박 새운 상태라 몹시 피곤하고 정신이 없었다 ㅜㅜ 그래도 놓치지 않고 무사히 탑승구 안으로 들어왔으니 6시간 동안 기내 꿀잠은 이미 예약된 셈이었다.

창이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싱가포르항공 기내 내부

이번 비행에서는 기내 맨 뒷자리 좌석을 배정받았다. 맨 뒤에서 객실을 둘러보니 좌석이 거의 빈틈없이 꽉 차 있었다. 코로나 시국이 서서히 끝나가고 여행 수요가 회복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륙 후 따뜻한 아침 기내식을 든든하게 챙겨 먹고는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6시간 동안 단 한 번도 깨지 않고 풀로 잤는데, 눈을 떠보니 이미 비행기가 인천국제공항에 부드럽게 착륙해 있었다 ㅋㅋㅋㅋㅋ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서울역으로 향하는 공항철도 직통열차 승차권

입국 수속을 마치고 나와 인천공항에서 서울역으로 향하는 공항철도 직통열차(A’REX)에 몸을 실었다.

서울역 푸드코트에서 사촌 형과 함께 먹은 든든한 점심 식사 식사 후 카페에서 마신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티

서울역에 도착해 사촌 형을 만났다. 형이 곧 군 입대를 앞둔 동생을 위해 바셀린 같은 군 생활 필수 꿀템들을 한가득 챙겨주고, 든든한 밥과 시원한 커피까지 사주었다.


싱가포르 혼자 여행을 마치며

4일 동안의 달콤했던 싱가포르 여행이라는 현실 도피를 마치고 돌아오니, 이제 진짜 군 입대까지 딱 2주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저 당시에는 눈앞이 참 아득하고 막막했던 기억이 난다 ㅎㅎ

하지만 두 번째로 떠났던 나 홀로 해외여행, 싱가포르 여행은 그 자체로 완벽했다. 처음으로 낯선 해외 호스텔에서 묵어보았는데, 떠나기 전 가졌던 걱정들과 달리 아무런 사고 없이 훌륭한 위치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안전하게 지낼 수 있었다. 현지에서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고 호스텔 생활을 직접 경험해 본 것 자체가 값진 자산이 되었다.

과거 가족들과 함께 왔던 장소들을 혼자의 시선으로 다시 걸어보며 느낀 감회도 남달랐다. 혼자만의 온전한 속도로 도시 구석구석을 누빈 기억은 앞으로도 오래도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이렇게 싱가포르 여행기 시리즈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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