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싱가포르 여행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며칠 동안 부지런히 돌아다닌 탓에 몸은 조금 피곤했지만,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다. 늦잠을 푹 자고 일어나 마지막 날 첫 끼로 유명한 싱가포르 치킨라이스를 먹으러 길을 나섰다.

윤기 흐르는 닭고기와 밥이 담긴 싱가포르 치킨라이스 접시

분명 방문 전 찾아봤을 땐 평점이 4점 이상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 보니 살짝 떨어져 있었다. 그래도 치킨라이스는 싱가포르 대표 명물 요리인 만큼 기대하며 한 입 맛보았다. 치킨라이스 자체는 담백하고 부드러워 딱 예상했던 무난하게 맛있는 맛이었다.

특제 소스가 얹어진 돼지고기 덮밥 요리

궁금해서 식당에서 다음으로 잘 나간다는 고기 메뉴도 함께 시켜보았다. 그런데 돼지고기 잡내가 조금 느껴져서 평소 잡내에 둔감한 편인데도 먹기가 살짝 힘들었다 ㅎㅎ 그래도 일하시는 직원분들은 한국 문화도 좋아한다며 밝게 말을 걸어주시고 무척 친절하셔서 기분 좋게 식사를 마무리했다.

오차드 거리로 향하는 푸른 잔디밭 산책로 오차드 거리 주변의 현대적인 빌딩 풍경

배를 든든히 채우고 다음 목적지인 오차드 로드(Orchard Road)로 향했다. 싱가포르의 명동이라고 불릴 만큼 화려하고 세련된 대형 쇼핑몰과 명품 부티크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거리다.

독특한 외관의 아이온 오차드 쇼핑몰 앞 광장 전경

오차드 로드의 중심에는 랜드마크인 고급 백화점 아이온 오차드(ION Orchard)가 있다. 압도적인 미래지향적 외관만큼이나 안으로 들어가면 둘러볼 거리가 가득하다.

화려한 주황빛 인테리어의 바챠커피 매장 외관

특히 아이온 오차드 1층에는 싱가포르 명물인 바챠커피(Bacha Coffee) 매장이 있는데, 카페 이용 대기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었다. 커피계의 에르메스라는 별명답게 매장 안팎이 온통 화려한 황금빛과 주황빛 패키지로 채워져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명품관 매장 앞 대기 행렬이 이어진 쇼핑몰 외관

백화점 밖으로 나오니 명품 매장마다 입장하려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스타벅스 아이스 카페라떼 한 잔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계속 걷다가 근처 스타벅스로 들어가 시원한 아이스 라떼 한 잔을 마시며 잠시 다리를 쉬어갔다.

바챠커피 매장에서 구매한 홀빈 원두 상자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바챠커피 매장에 들러 선물용 겸 집에서 내려 마실 향긋한 홀빈 원두를 구매했다.

오차드 로드의 울창한 가로수길과 건널목을 건너는 인파

쇼핑을 마치고 호스텔로 돌아가는 길. 코로나 시국이었음에도 오차드 거리에는 주말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 차 활기가 넘쳤다.


귀국 준비와 신속항원검사

래플스 메디컬 신속항원검사 예약 확정 모바일 화면

호스텔로 돌아와 체크아웃을 하고 캐리어를 맡긴 뒤 본격적으로 귀국 준비를 시작했다. 2022년 6월 당시에는 한국 입국을 위해 항공기 탑승 전 24시간 이내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 음성 확인서가 필수였기 때문에, 미리 창이공항 지하 검사센터(Raffles Medical)에 예약해 두었다.

싱가포르 강변을 따라 펼쳐진 보트키 야경 산책로

강변 건너편으로 반짝이는 마리나 베이 샌즈와 스카이라인 야경 싱가포르 강변 수변 산책로의 밤 풍경

검사 시간 전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 싱가포르에서의 마지막 밤 산책을 즐겼다. 보트키와 클락키 강변을 따라 시원한 밤바람을 맞으며 걸으니, 강 건너편으로 반짝이는 고층 빌딩들과 마리나 베이 샌즈의 야경이 환상적이었다.

창이공항 래플스 메디컬 클리닉 대기실 풍경

산책을 마치고 지하철을 타고 창이공항으로 이동해 검사센터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았다. 지금은 규정이 완화되어 이런 복잡한 검사 없이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래플스 메디컬 음성 판정 진단서

다행히 깔끔하게 음성(Negative) 판정을 받고 결과지를 수령했다! 무사히 한국행 비행기에 탈 수 있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호스텔 작별과 공항 택시 동승 에피소드

검사를 마친 후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며칠간 호스텔에서 정들었던 현지 친구들과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누고, 로비에 맡겨둔 캐리어를 찾았다.

새벽 비행기 시간이라 공항까지 그랩이나 택시를 타려고 앱을 켰는데, 새벽 시간대라 그런지 호출이 전혀 잡히지 않았다. 슬슬 마음이 초조해지던 찰나, 로비 옆자리에 앉아 있던 남성분이 호스텔 프런트 직원을 통해 콜택시를 부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심스럽게 다가가 물었다.

“혹시 창이공항 가시나요?”
“네, 공항 가는 길이에요!”

마침 행선지가 같아서 혹시 택시에 같이 타고 가도 괜찮겠냐고 여쭈었더니 흔쾌히 동승을 수락해 주셨다. 새벽에 택시를 못 잡아 발을 동동 구를 뻔했는데 정말 운이 좋았다!

새벽 창이공항으로 향하는 택시 안 풍경 창이공항 터미널에 무사히 도착해 내려놓은 캐리어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향하는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알고 보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근무하시는 직장인이셨고 싱가포르로 휴가를 오셨다고 했다. 예전에 미국 서부 여행을 다녀왔던 이야기를 나누며 UCLA 캠퍼스 구경 갔던 기억을 말씀드렸더니, 본인이 바로 UCLA 출신이라고 하셔서 차 안에서 한참을 웃으며 신기해했다.

덕분에 편안하고 무사하게 창이공항에 도착했다. 내릴 때 택시비를 나눠 내려 하니 한사코 돈을 받지 않으시길래, 마침 지갑에 있던 10달러를 감사의 표시로 건네드렸다. 다음 휴가로는 발리에 가신다고 하셔서 서로의 앞날을 응원하며 훈훈하게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혼자 떠나온 여행의 끝자락에서 뜻밖의 좋은 인연을 만나 부담스러운 새벽 택시비도 아끼고 안전하게 공항에 도착할 수 있어 참 감사한 밤이었다. 이제 비행기 탑승과 한국 귀국길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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