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드로 공항에서 런던 입국
20시간이 넘는 긴 비행 끝에 드디어 런던에 도착했다! 아침 7시쯤 입국 심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드디어 유럽 땅을 밟는구나..

유럽에 대한 내 기존 인식은 시설들이 꽤 노후되어 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히드로 공항을 실제로 보니 거의 인천공항만큼이나 깨끗하고 깔끔해서 첫인상부터 무척 좋았다.
히드로 익스프레스 (Heathrow Express)
히드로 공항 - 런던 패딩턴 역
이제 런던 시내로 나가려면 몇 가지 방법이 있다:
- 히드로 익스프레스(Heathrow Express): 논스톱 급행열차로 패딩턴 역까지 직행
- 엘리자베스 라인(Elizabeth line): 최신 지하철 노선
- 피카딜리 라인(Piccadilly line): 가장 저렴하지만 시간이 다소 걸리는 일반 지하철
난 몇 달 전에 얼리버드 혜택을 받고 히드로 익스프레스 티켓을 미리 끊어놨다. 약 26,000원에 예약했는데, 훨씬 일찍 예약하면 1만 원 초반대에도 예매할 수 있다.

터미널에는 히드로 익스프레스 타러 가는 길이 표지판으로 아주 잘 안내되어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표지판만 따라가면 헤맬 일이 전혀 없다. 사진에 보이는 티켓 오피스에서 현장 구매를 해도 되지만, Heathrow Express 공식 앱에서 미리 얼리버드로 구매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니 추천한다!

앱에서 표를 구매하고 애플 월렛에 등록시켜놓으면, 개찰구에서 이 QR코드만 가볍게 태그하고 바로 탑승할 수 있어 무척 편리하다.
오전 7시 40분쯤, 런던 패딩턴 역으로 가는 히드로 익스프레스 열차가 도착했다. 히드로 공항에서 패딩턴 역까지 중간 정차 없이 직행하는 기차여서 단 15분~20분 만에 런던 시내 한복판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인천공항-서울 시내, 나리타-도쿄 시내 이동 시간보다도 훨씬 짧다. 열차 내부는 쌀쌀한 아침 날씨에도 아주 따뜻했고 잡내도 전혀 없이 시트가 쾌적하고 깨끗했다.
열차가 출발하자마자 Airalo로 데이터 로밍을 활성화하고, 트래블로그 앱에서 파운드화 환전도 마쳤다. 난 트래블로그와 트래블월렛을 둘 다 챙겨갔지만, 런던 지하철 등에서는 트래블월렛이 종종 오류가 난다는 후기가 있어 런던에서는 트래블로그를 주로 사용했다. 솔직히 트래블로그 앱이 트래블월렛에 비하면 인터페이스가 조금 불편한 감은 있다 ㅎㅎ
런던 패딩턴 역 (Paddington Station)
기차가 출발하고 정말 순식간에 패딩턴 역에 도착했다..! 역 플랫폼에 내리자마자 영국 특유의 고풍스러운 아치형 철골 구조 인테리어가 펼쳐지는데, 이때부터 비로소 “내가 진짜 런던에 왔구나” 하는 실감이 확 났다.
배가 무척 고팠지만 일단 호스텔에 가서 무거운 짐부터 맡기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역 밖으로 나오자마자 눈앞에 새빨간 런던 2층 버스(Double-decker)가 지나갔다! 해리포터 찐덕후로서 가슴속에서 벌써부터 감격과 설렘이 폭발했다 ㅋㅋㅋ 바로 2층 버스에 올라타 호스텔로 향했다.

YHA 런던 센트럴 (YHA London Central)
패딩턴에서 호스텔로 바로 가는 버스가 없어 근처 정류장에서 내려 숙소까지 슬슬 걸어갔다. 내가 묵을 곳은 소호 근처에 위치한 YHA 런던 센트럴(YHA London Central) 지점이다. YHA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인 유스호스텔 체인이다.
런던 호텔은 1박 가격이 너무 살인적이었고, 에어비앤비도 도심 위치 좋은 곳은 마땅치 않아서 런던 시내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가성비가 뛰어난 호스텔을 골랐다.
사실 예약 당시에는 이곳에 대한 한국인 후기나 상세 사진이 많지 않아 긴가민가했었는데, 로비 직원분들도 너무 친절했고 위생과 청결도 모두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웠다.
이 당시 한창 유럽 전역에 빈대(베드버그) 이슈로 시끄러웠던 시기라 살짝 긴장했었는데, 여행 내내 아무런 문제 없이 쾌적하게 잘 잤다. 단지 객실 안에 캐리어를 통째로 넣을 만한 대형 락커가 없는 점이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조식 뷔페도 신청하면 먹을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조식보다 근처 로컬 카페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사 먹는 편이 훨씬 맛있었다!

호스텔 수하물 보관소에 캐리어만 가볍게 맡겨두고 나와, 숙소 바로 앞에 있는 프렛(Pret A Manger)으로 직행해 따뜻한 라떼와 샌드위치를 해치웠다. 런던에서 먹은 샌드위치는 빵 자체가 바삭하고 고소해서 진짜 맛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Pret은 영국 전역에 깔려 있는 유명한 국민 프랜차이즈 카페였다.
Maison Bertaux (메종 베르토)
한국인 피셜 소호 런던 스콘 맛집
하지만 커피 한 잔과 샌드위치 하나로 내 허기진 배가 찰 리 만무했다 ㅋㅋㅋ 그래서 런던 오기 전부터 지도에 찜해두었던 유서 깊은 스콘 맛집을 찾아 소호 거리로 걸어갔다.
MAISON BERTAUX (메종 베르토)
1871년에 문을 연 소호에서 가장 오래된 프렌치 파티세리로, 스콘과 홍차, 케이크가 유명한 집이다.

숙소에서 멀지 않은 소호 중심가에 위치해 있었는데, 외관을 보자마자 딱 “한국인이 상상하는 클래식한 런던 빈티지 빵집” 느낌 그 자체였다. 가게 입구에서부터 진한 빵 냄새가 풍겨왔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고소하고 달콤한 스콘 버터 냄새가 진동을 했다. 한국인 여행객들에게 워낙 유명한 집답게 매장 곳곳에 한국어 극찬 메모와 ‘소매치기 주의’ 손글씨가 붙어있어 빵 터졌다 ㅋㅋㅋ
그렇게 다들 극찬하는 스콘 맛이 너무 궁금해서 스콘 1개와 따뜻한 차를 주문했다. 스콘을 고를 때는 플레인(Plain)과 레이즌(Raisin, 건포도) 중 선택할 수 있다.

주문을 마치고 2층 아늑한 다락방 같은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으면 직원분이 트레이를 직접 가져다주신다.
나는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티(English Breakfast Tea)를 주문했는데, 차 본연의 깔끔한 맛도 훌륭했고 함께 내어주신 따뜻한 우유를 부어 밀크티로 만들어 마시니 정말 환상적이었다! 뜨거운 물 주전자도 넉넉히 주셔서 차를 계속 우려 마실 수 있었다.
그리고 대망의 스콘은 비주얼과 향기부터 감탄이 절로 나왔다. 영국 전통의 묵직한 클로티드 크림(Clotted Cream)과 새빨간 딸기잼이 넉넉하게 곁들여져 나온다. 한국에서도 스콘을 많이 먹어봤지만 정통 로컬 클로티드 크림은 처음이라 무척 기대되었다.

스콘을 나이프로 반으로 갈라 한쪽에 딸기잼과 하얀 클로티드 크림을 듬뿍 얹어 먹었다. 잼을 먼저 바르느냐, 크림을 먼저 바르느냐(데본식 vs 콘월식) 논쟁이 유명하다지만 내 입엔 그저 맛있으면 장땡이었다 ㅋ
그 맛은… 진짜 한국에서 먹어봤던 그 어떤 스콘보다 압도적으로 맛있었다.
특히 저 딸기잼과 클로티드 크림의 조화가 미쳤는데, 버터도 아니고 생크림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의 부드럽고 묵직한 풍미가 환상적이었다. 스콘 자체도 잼에 묻히지 않고 겉은 기분 좋게 바삭하면서 속은 촉촉한 식감이었고, 짭짤함과 고소함의 밸런스가 완벽해 연신 감탄하며 먹었다. 스콘이 묵직하고 커서 하나만 먹어도 배가 든든하게 찼다.

완벽하게 완식! 맛집 인정이다.
소호 거리 산책과 내셔널 갤러리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소호 거리를 산책했다. 소호에는 K-푸드 식당들이 꽤 많았는데, ‘신속배달 산지직송’이라는 정겨운 궁서체 간판이 런던 한복판에 떡하니 걸려있어 너무 신기했다 ㅋㅋㅋ
내 인생 햄버거인 파이브가이즈 매장도 도심 곳곳에서 심심치 않게 마주쳤다. (나중에 런던 매장에서도 한번 먹어봤는데, 미국 본토에 비해서는 맛이 조금 아쉽긴 했다 ㅎㅎ)

요즘은 여행 계획을 빡빡하게 세우지 않는 편이라, “소호에서 가까운 트라팔가 광장이나 한번 가볼까?” 하고 버스를 타고 광장에 도착했다.
트라팔가 광장 바로 앞에는 그리스 신전 스타일의 웅장한 내셔널 갤러리(The National Gallery)가 서 있었다. 마침 건물 정면에 “Admission Free(무료 입장)” 현수막이 걸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무료입장임에도 대기 줄이 전혀 없어서 곧바로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평소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조예가 깊지 않아 비싼 티켓을 사야 했다면 그냥 지나쳤을 텐데, 영국은 국립 미술관과 박물관을 전면 무료로 개방하고 있어 부담 없이 명작들을 관람할 수 있는 점이 너무 멋졌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와 클로드 모네의 ‘수련’ 실물을 내 눈앞에서 직접 마주하다니 감회가 새로웠다. 전시실 안쪽에는 런던 학생들이 단체로 현장체험학습을 와서 명작 앞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고 토론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정말 부러웠다. 이런 예술적 환경 속에서 자라다니!
트라팔가 광장의 황혼, 디슘, 그리고 빅 벤 야경

미술관을 나와 마주한 해 질 무렵의 트라팔가 광장. 분수대 주변으로 붉은 노을빛이 내려앉으니 낮보다 훨씬 운치 있고 낭만적이었다.
저녁 시간이 되어 배가 고파 여행 커뮤니티(유랑 등)에서 급하게 저녁 동행을 구했다.
근처의 유명한 인도 커리 전문점인 디슘(Dishoom)에 가서 저녁 식사를 했다. 처음 경험해 보는 독특하고 깊은 인도 향신료 맛이었는데, 엄청 인상적인 인생 맛까지는 아니었지만 영국에서 정통 인도 커리를 맛보았다는 점에 기분 좋게 의미를 두기로 했다.
식사를 마치고 밤의 런던 시내를 걸었다. 고풍스러운 석조 건축물마다 조명이 화려하게 켜져 있어서 걷는 거리마다 눈을 뗄 수 없이 멋지고 웅장했다.

“이왕 밤 산책 나온 김에 오늘 대표 야경은 싹 다 보고 들어가자!”라는 마음으로 템스강변으로 향했다. 푸른 조명이 켜진 대관람차 런던 아이(London Eye)를 먼저 감상해 주고, 강을 따라 조금 더 걸어가 마침내 마주한 빅 벤(Big Ben).

빅 벤을 실제로 마주한 순간 입에서 “와…“라는 감탄사가 자동으로 터져 나왔다.
런던 아이는 사진에서 보던 것과 비슷해서 큰 감흥이 없었는데, 빅 벤은 어릴 적 동화나 영화에서 워낙 수없이 봐왔던 대상이기도 하고, 실제로 눈앞에 서 있는 거대한 시계탑의 압도적인 웅장함과 황금빛 조명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크기가 워낙 거대해서 카메라 앵글 하나에 다 담아내기 어려울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웨스트민스터 사원 근처에서 빨간 공중전화 부스와 2층 버스가 함께 담기는 전형적인 런던 감성 포토존을 눈에 담고, 다시 버스에 올라타 호스텔로 돌아왔다.
보통 낯선 여행지에 도착하면 첫날은 그 도시를 상징하는 대표 랜드마크들부터 가볍게 한 바퀴 둘러보는 편이다. 그래야 도시의 지리와 분위기를 파악하고 다음 날부터 더 디테일하고 깊이 있게 여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런던 여행 첫날의 인상: 기대 이상으로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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