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운 플라자 호텔에서 미국 여행의 마지막 공식 1박을 편안하게 보내고, 아침 일찍 짐을 모두 정리해 체크아웃을 마쳤다.
사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는 다음 날 오전 출발이었지만, 만약 다운타운 호텔에서 또 하룻밤을 자게 된다면 새벽 5~6시에는 일어나 짐을 챙겨 공항으로 이동해야 했다. 하지만 3주간의 누적된 여행 피로 속에 그 시간에 일어날 자신이 도무지 없었다 ㅋㅋㅋ 그래서 “차라리 전날 밤 미리 공항에 가서 노숙을 하자!”는 비장한 결심을 하고 호텔 체크아웃을 했다.

크라운 플라자는 시설도 정말 훌륭했고, 3주간의 미국 여행 중 머물렀던 숙소들 가운데 가장 쾌적하고 안락했던 곳이라 떠나기가 무척 아쉬웠다. 가격 대비 만족도도 최고였다.
참고로 체크인 당시 신용카드 잔액이 부족해 현금으로 디포짓(보증금) 200달러(100달러 지폐 두 장)를 맡겨두었었는데, 체크아웃 때 보증금을 돌려받으면서 전부 10달러짜리 지폐 20장으로 돌려줘서 살짝 당황스럽기도 했다 ㅎㅎ 큰 짐은 호텔 컨시어지에 잠시 맡겨두고, 가벼운 몸으로 시애틀에서의 마지막 하루를 즐기러 나섰다.
미국 대표 패밀리 레스토랑: 치즈케이크 팩토리 (The Cheesecake Factory)
미국 어디를 가든 도심 번화가마다 크고 웅장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꼭 한 번쯤 가보고 싶었던 곳, 바로 치즈케이크 팩토리(The Cheesecake Factory)다!
상호명 그대로 치즈케이크가 워낙 유명하지만, 구글 리뷰를 찾아보니 파스타 메뉴 중 ‘비스트로 쉬림프 파스타(Bistro Shrimp Pasta)’가 한국인 여행자들 사이에서 압도적으로 인기가 많다고 해서 잔뜩 기대를 품고 방문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높은 층고와 화려한 조명, 넓은 바 카운터까지 인테리어가 정말 고급스럽고 예뻤다. 혼자 패밀리 레스토랑에 들어가 식사하는 게 살짝 뻘쭘할 수도 있어서 월요일 점심 피크 시간 직전에 찾아갔더니, 다행히 매장이 한산하고 여유로워서 편안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당시 미국 최대 스포츠 축제인 슈퍼볼(Super Bowl) 시즌이라 매장 내 대형 TV에서는 하루 종일 슈퍼볼 경기 하이라이트가 흘러나왔다.
쇼케이스에 진열된 수많은 치즈케이크 중 가장 먹음직스러워 보였던 시그니처 생딸기 치즈케이크(Fresh Strawberry Cheesecake)와 원래 점찍어 두었던 비스트로 쉬림프 파스타, 그리고 시원한 탄산음료를 함께 주문했다.

잠시 후 주문한 메뉴들이 테이블 위로 차려졌다. 비주얼부터가 감탄 그 자체였다!
이 맛있는 점심을 제대로 즐기려고 아침도 거르고 굶주린 상태로 왔는데, 눈앞에 펼쳐진 환상적인 음식들을 보니 군침이 절로 돌았다.

먼저 비스트로 쉬림프 파스타! 탱글탱글하고 큼직한 통새우가 아낌없이 들어가 있고, 겉은 바삭하면서 속은 촉촉하게 튀겨져 감칠맛 넘치는 크림소스와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파마산 치즈와 신선한 허브 향까지 더해져 느끼하지 않고 입에 착착 감겼다.

그리고 대망의 프레시 스트로베리 치즈케이크!
진하고 묵직한 오리지널 뉴욕 스타일 치즈케이크 베이스 위에 달콤한 글레이즈 시럽을 바른 싱싱한 생딸기와 듬뿍 얹어낸 부드러운 생크림의 조합은 결코 실패할 수 없는 환상의 궁합이었다. 치즈케이크 한입, 파스타 한입을 번갈아 먹으며 정말 배가 터질 정도로 행복한 식사를 즐겼다.


음식값에 세금을 포함해 총 41.23달러가 나왔다. 당시 환율이 1,200원대 초반이었으니 한화로 약 5만 원 정도 나온 셈이다.
테이블 영수증 하단의 QR코드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스캔하면 모바일 화면에서 애플페이나 신용카드로 즉시 비대면 결제가 가능했는데, 이 방식이 무척 편리하고 신기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때 미국 여행 막바지라 경비가 거의 바닥이 난 상태였다 ㅋㅋㅋ 여행 중간중간 마이너스 난 주식까지 조금씩 팔아가며 간신히 예산을 메우던 시절이라, 팁으로 1.24달러밖에 드리지 못해 마음속으로 담당 서버분께 너무나 죄송했다 ㅜㅜ 그럼에도 끝까지 환한 미소로 친절하게 배웅해 주셔서 고마운 마음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다운타운 산책: 칼하트 스토어 & 시애틀 공공도서관
배부르게 식사를 마치고 부른 배를 소화시킬 겸 시애틀 다운타운 거리를 여유롭게 산책했다.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친 칼하트(Carhartt) 매장. 워크웨어의 본고장답게 매장 규모도 크고 인테리어도 빈티지하면서 세련되게 꾸며져 있었다.
벽면 가득 알록달록하게 진열된 칼하트 시그니처 비니들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직원분이 다가와 제품 라인업과 핏에 대해 너무나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그냥 가볍게 아이쇼핑하러 들어간 거라 살짝 당황하면서도 미국의 따뜻하고 친절한 접객 문화가 고마웠다.

조금 더 걷다 보니 현대 건축의 거장 렘 쿨하스(Rem Koolhaas)가 설계한 것으로 유명한 시애틀 공공 도서관(Seattle Central Library) 본관 건물이 나타났다!
거대한 다이아몬드 패턴의 강철 그리드와 유리 파사드가 층층이 엇갈리며 솟아오른 독창적인 외관은 멀리서 봐도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내부의 나선형 서가(Book Spiral)가 그렇게 멋지다고 해서 들어가 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방문한 날이 휴관일이라 내부를 둘러보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엘리엇 베이 워터프런트의 황금빛 노을
도서관을 지나 언덕길을 따라 계속 걷다 보니 시애틀의 서쪽 바다, 엘리엇 베이(Elliott Bay)를 따라 길게 뻗은 피어(Pier)와 워터프런트 거리에 닿았다.

맑고 푸른 하늘 아래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부둣가를 거니는 기분이 정말 상쾌했다. 붉은 목조 건물들과 피어 55(Pier 55) 주변 상점들이 늘어선 보행자 전용 도로를 따라 현지인들과 여행자들이 여유롭게 주말을 즐기고 있었다.


바다 저편으로 시애틀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시애틀 그레이트 휠(Seattle Great Wheel) 대관람차가 시야에 들어왔다.
수평선 너머로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면서 바다와 하늘이 짙은 주황빛과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관람차의 실루엣과 바다 위에 부서지는 은은한 노을빛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지난 3주 동안 샌프란시스코, 요세미티, 로스엔젤레스를 거쳐 다시 시애틀로 돌아오기까지의 수많은 여정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해안가에서 다시 도심 쪽으로 올라오는 길, 노을빛이 감도는 거리 모퉁이에 고풍스러운 시계탑과 우뚝 솟은 마천루들이 어우러진 풍경을 담았다. 미국 대도시 특유의 세련미와 클래식한 분위기가 공존하는 시애틀만의 정취가 가득 느껴졌다.
미국에서의 마지막 만찬: 나만의 화덕피자 MOD 피자 (MOD Pizza)
어느덧 저녁 시간이 되어 시애틀에서의 마지막 저녁 식사를 하러 향했다. 선택한 곳은 여행 첫날 시애틀 힐튼 호텔 근처를 지나갈 때부터 “저긴 꼭 가봐야지” 하고 찜해두었던 MOD 피자(MOD Pizza)다!

MOD 피자는 2008년 시애틀에서 처음 시작된 미국의 대표적인 커스텀 화덕피자 체인점이다.
주문 시스템이 샌드위치 브랜드인 서브웨이(Subway)와 완전히 판박이라 ‘피자계의 서브웨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도우 크기(미니, 모드, 메가)와 크러스트 종류를 고른 뒤 카운터를 따라 이동하면서 소스, 치즈, 육류, 채소 등 원하는 토핑을 마음껏 지정하면 된다. 토핑을 몇 개를 넣든 추가 요금이 전혀 없다는 점이 최고의 장점이다!
매장에 들어서니 주문 줄이 꽤 길게 늘어서 있었다. 앞선 손님들이 어떻게 토핑을 주문하고 조합하는지 귀를 쫑긋 세우고 열심히 보면서 머릿속으로 주문 멘트를 연습했다 ㅋㅋㅋ 내 차례가 되어 토마토소스 베이스에 모차렐라 치즈, 페퍼로니, 베이컨, 소시지, 버섯, 양파 등 좋아하는 재료를 아낌없이 올렸다.
토핑 선택이 끝나면 피자는 곧바로 뒤편의 거대한 고온 화덕 속으로 들어가며, 직원이 주문자의 이름을 불러줄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미국에서의 마지막 저녁 식사인 만큼 통 크게 신선한 하우스 샐러드와 시원한 코카콜라까지 세트로 주문했다.

갓 구워져 나온 피자의 자태! 화덕에서 높은 온도로 빠르게 구워내어 도우 가장자리는 바삭하고 쫄깃했으며, 풍성한 치즈와 고기 토핑의 육즙이 어우러져 정말 끝내주게 맛있었다.
평소 한국에서는 피자보다 치킨을 훨씬 더 좋아하는 편인데, 이 화덕피자는 딱 두 조각만 남기고 혼자서 한 판을 거의 다 먹어 치웠다. 신선한 샐러드와 톡 쏘는 콜라까지 곁들이니 완벽한 한 끼였다. 시애틀 다운타운에 가신다면 꼭 한 번 들러보시길 강력 추천한다.
PCR 음성 확인서 출력 & 따뜻했던 마지막 밤
기분 좋은 식사를 마치고 맡겨둔 캐리어를 찾으러 다시 크라운 플라자 호텔로 돌아왔다.

호텔 로비 비즈니스 센터의 컴퓨터와 프린터를 이용해 한국 귀국에 필수였던 코로나19 PCR 음성 확인서를 출력했다. 혹시 모를 분실이나 공항 제출 상황에 대비해 여유 있게 3장씩 꼼꼼하게 출력해 서류철에 챙겨두었다. 서류까지 손에 쥐고 나니 비로소 귀국 준비의 99%가 끝난 셈이었다.

이제 공항으로 바로 이동해 밤샘 노숙을 시작하려던 참이었는데,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여행 초반 샌프란시스코에서 우연히 만나 인연을 맺었던 분께서 나의 공항 노숙 계획 소식을 들으시고는, 시애틀에 있는 본인의 개인 사무실을 하룻밤 편하게 쓰라며 선뜻 내어주신 것이다 ㅜㅜㅜ
낯선 타국에서 온 젊은 배낭여행자에게 베풀어주신 이 따뜻한 호의가 얼마나 벅차고 감사했는지 모른다. 비록 한밤중에 난방이 잠시 꺼져 살짝 쌀쌀해지기도 했지만, 소파에 누워 한국에 계신 어머니와 전화로 무사 귀국 소식을 전하고 쪽잠을 청했다.
새벽 5시경 일어나 짐을 챙겨 우버를 타고 지하철(Link 경전철) 역으로 이동했고, 첫차를 타고 시애틀 터코마 국제공항(SEA)으로 향했다.
이제 3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귀국 편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델타항공 시애틀-인천 프리미엄 셀렉트 탑승기 및 귀국 여정으로 시리즈를 최종 마무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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