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서 머문 시간은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았다. 대략 한두 시간 정도?
바닥의 별 명판 구경 말고는 딱히 할 것도 많지 않았고, 메인 거리에서 한 블록만 벗어나도 분위기가 급격히 험악해 보여서 할리우드 거리 끝자락 정류장에서 곧바로 시내버스를 타고 다음 목적지로 넘어왔다 ㅋㅋㅋ
할리우드의 시끌벅적하고 정신없는 분위기에서 벗어나 도착한 곳은, LA에서 가장 평화롭고 사랑스러운 공간인 오리지널 파머스 마켓(The Original Farmers Market)과 더 그로브(The Grove)다!
1934년부터 이어진 LA의 부엌: 더 오리지널 파머스 마켓


더 오리지널 파머스 마켓(The Original Farmers Market)은 대공황 시절인 1934년, 지역 농부들이 트럭에 신선한 농산물을 싣고 와서 팔던 것에서 시작된 유서 깊은 재래시장이다. 현재는 100여 개가 넘는 식료품점, 노점 식당, 디저트 가게, 기념품 상점들이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어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명소다.
사실 평소 한국에서든 해외여행에서든 전통시장을 길게 돌아다니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시애틀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때처럼 이번에도 어떤 가게들이 있는지 가볍게 분위기만 훑어보며 산책했다 ㅎㅎ
그래도 외국 시장에 오면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이국적인 열대 과일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캘리포니아의 햇살을 받고 자란 과일들은 색감도 쨍하고 한국에 비해 가격도 훨씬 저렴해서 눈이 즐거웠다.


저 멀리 왼쪽으로 솟아 있는 하얀 시계탑이 파머스 마켓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다.
할리우드 거리와 마찬가지로 평일 낮이라 인파가 붐비지 않아 한적했고, 구름 한 점 없는 날씨와 아기자기한 시장 골목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시장 곳곳에는 원하는 노점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해 자유롭게 앉아 먹을 수 있는 야외 테이블 공간이 넉넉하게 마련되어 있었다. 지금 사진으로 다시 봐도 당장 날아가고 싶은 기분 좋은 공간이다.
유럽풍 야외 쇼핑 빌리지: 더 그로브 (The Grove)
파머스 마켓 골목을 통과해 안쪽으로 조금만 더 걸어 들어가면, 시장과는 사뭇 다른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유럽풍 거리가 펼쳐진다. 바로 LA 최고의 야외 쇼핑몰인 더 그로브(The Grove)다!


파머스 마켓이 정겹고 소박한 시장 느낌이라면, 더 그로브는 잘 가꾸어진 테마파크나 유럽의 부촌 거리를 거니는 듯한 고급스러운 분위기다. 바닥에는 무료 트롤리 전차가 다니는 선로가 반짝이고, 거리 양옆으로 명품 편집숍과 플래그십 스토어들이 줄지어 있다.
무엇보다 감탄스러웠던 건 거리의 압도적인 청결함과 안전함이었다. LA는 번화가에서 조금만 외곽 골목으로 나가도 버려진 노숙자 텐트와 쓰레기 더미를 마주치는 게 일상인데, 철저하게 관리되는 사유지 쇼핑몰인 더 그로브 안쪽은 다른 세상처럼 깨끗하고 쾌적했다.
건축미에 압도당하다: 애플 더 그로브 (Apple The Grove)
더 그로브에서 들어가 본 수많은 매장 중 단연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곳은 바로 애플스토어(Apple The Grove)였다.

건물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크고 구조가 독특해서 찾아봤더니, 원래 다른 용도로 쓰이던 대형 건물을 통째로 리모델링해 플래그십 애플스토어로 재탄생시킨 곳이었다.
시원하게 뻥 뚫린 높은 층고 아래 양옆으로는 싱그러운 초록빛 실제 나무들이 심어져 있고, 천장에는 반사경과 통유리 채광창을 설치해 실내인데도 야외 공원에 들어와 있는 듯한 웅장하고 개방감 넘치는 분위기를 자아냈다.


공간 안에 들어와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상쾌해지는 느낌이라, 한참 동안 최신 맥북과 컬러풀한 아이맥 제품들을 이리저리 만져보며 다리도 쉴 겸 죽치고 앉아 있었다 ㅋㅋㅋ


전 세계 대형 애플스토어마다 있는 ‘Today at Apple’ 강연장 우드 큐브 벤치에도 앉아보고, 가격표만 봐도 입이 떡 벌어지는 전문가용 맥 프로(Mac Pro) + 프로 디스플레이 XDR 앞에 서서 한참 동안 침만 삼켰다… 아, 진짜 사고 싶다 😭💻
반스앤노블 대형 서점 & 슈퍼볼 열기로 가득한 나이키


애플스토어 바로 옆에는 미국 최대의 서점 체인인 반스앤노블(Barnes & Noble)이 무려 3층 규모로 자리 잡고 있었다.
에스컬레이터로 연결된 웅장한 서점 천장에는 해리포터 호그와트 기숙사 깃발들이 걸려 있었고, 해리포터 특별 양장본과 굿즈 코너가 따로 꾸며져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대단했다.

그 옆에 있는 대형 나이키(Nike) 매장도 들러보았다. 마침 내가 여행하던 시기가 미국 최대의 스포츠 축제인 NFL 슈퍼볼(Super Bowl LVI)이 바로 이곳 LA(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열리던 주간이라, 매장 전체가 LA 램스(Rams)와 레이커스, 슈퍼볼 한정판 굿즈들로 뜨겁게 도배되어 있었다!


더 그로브 중앙 정원에는 꽃바구니와 빨간 파라솔로 그림처럼 꾸며진 야외 레스토랑이 자리하고 있었다. 저런 분위기에서 밥을 먹으면 뭘 먹어도 꿀맛일 것 같았지만… 혼자 여행 온 배낭여행자에게 고급 레스토랑 코스 요리는 사치일 뿐 ㅋㅋㅋ
파머스 마켓 저녁 식사와 황홀한 캘리포니아 노을

어림도 없지! 곧장 정겨운 파머스 마켓 푸드코트로 다시 돌아와서, 이탈리안 노점 식당에서 미트볼 스파게티, 그린 샐러드, 그리고 큼직한 페퍼로니 피자 한 조각을 세트로 시켜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
소박한 시장 푸드코트 음식이었지만, 갓 구워 나온 짭조름한 미국식 피자와 진한 토마토 미트볼 파스타의 조합이 기가 막혀서 그릇이 뚫어져라 싹싹 비웠다 ㅎㅎ



배부르게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서쪽 하늘이 오렌지빛과 보랏빛이 섞인 환상적인 그라데이션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야자수 실루엣 너머로 저물어가는 캘리포니아의 노을을 멍하니 바라보는 이 순간이야말로,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이 주는 가장 큰 선물 같았다.
하루의 마무리는 역시 근본 ‘진매’


버스를 타고 화려한 조명이 켜진 LA 다운타운으로 무사히 복귀했다!
낮에 피자와 파스타를 실컷 먹었더니, 밤이 되자 어김없이 얼큰한 한국 국물이 간절해졌다 ㅋㅋㅋ 호텔 방에 들어와 따뜻한 물을 끓여 한국에서 챙겨 온 근본 중의 근본 ‘진라면 매운맛(진매)’ 컵라면 하나로 완벽하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_^
다음 편에서는 부와 명예의 상징, 럭셔리 끝판왕 베벌리힐스(Beverly Hills)와 로데오 거리(Rodeo Drive)로 떠나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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