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를 LA 다운타운(밀레니엄 빌트모어 호텔)에 잡아서 가장 좋은 점은,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고층 빌딩들이 시원하게 솟아 있는 도심 풍경과 사통팔달 연결되는 대중교통 접근성이 아닐까 싶다.
오늘은 호텔에서 도보로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다운타운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들을 둘러보기로 했다. 첫 번째 목적지는 호텔 근처에 위치한 세계적인 건축물, 월트디즈니 콘서트홀(Walt Disney Concert Hall)이다.

호텔 앞 그랜드 애비뉴(Grand Ave)를 따라 천천히 언덕길을 걸어 올라갔다. 다운타운 특유의 묵직한 석조 건물들과 현대적인 유리 커튼월 빌딩들이 어우러진 거리 풍경이 캘리포니아의 맑은 햇살 아래 시원하게 펼쳐진다.
프랭크 게리의 해체주의 걸작: 월트디즈니 콘서트홀
언덕길을 조금 걷다 보니 저 멀리 은빛으로 번쩍이는 아주 독특한 실루엣의 건축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건물 앞에 도착해서 올려다보는 순간, “도대체 건물을 어떻게 저렇게 지을 생각을 다 했을까?” 하는 감탄이 절로 터져 나왔다.
세계적인 건축 거장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설계한 이 건물은 음악의 선율과 항해하는 배의 돛을 형상화한 유려한 곡선미의 스테인리스 스틸 패널로 감싸져 있다.
사실 내부 공연 관람 목적이 아니더라도, 전 세계 수많은 여행객들이 순전히 이 경이로운 외관 파사드를 감상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서울을 포함해 여러 나라의 대도시들을 여행하다 보면 도시마다 상징적인 랜드마크 건축물들이 눈에 띄는데, LA에서는 단연 이 디즈니 콘서트홀이 다운타운의 예술적 품격을 한껏 끌어올려 주는 느낌이었다.
영화 〈라라랜드〉의 낭만: 세상에서 가장 짧은 철도 엔젤스 플라이트
디즈니 콘서트홀에서 언덕길을 따라 다시 조금만 걸어 내려오면, 도심 한복판 빌딩 숲 사이에 영화 속에나 나올 법한 클래식한 오렌지빛 열차가 나타난다. 바로 그 유명한 엔젤스 플라이트(Angels Flight Railway)다.



1901년에 처음 개통되어 120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엔젤스 플라이트는 운행 거리 약 91미터(298피트)로 ‘세상에서 가장 짧은 철도’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영화 〈라라랜드(La La Land)〉에서 주인공 세바스찬과 미아가 함께 타고 올라가던 로맨틱한 데이트 명소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비록 나는 영화를 제대로 보진 않아서 그냥 “아, 이런 역사적인 명물이 있구나~” 하고 가볍게 구경했지만 ㅋㅋㅋ 현대적인 마천루 사이에 이런 낭만 가득한 케이블카가 뜬금없이 남아있다는 사실 자체가 꽤나 신기하고 이색적이었다.


탑승 요금은 편도 단돈 $0.50 (50센트)! 요즘 물가에 500원 남짓한 가격이라 고민할 필요도 없이 냉큼 탑승했다.
평일 낮 시간대라 손님이 나 혼자뿐이었는데, 바로 차장님이 열차를 출발시켜 주셨다. 경사로를 덜컹덜컹 올라가는 데 걸린 시간은 단 30초 남짓?! 순식간에 언덕 위 캘리포니아 플라자 승강장에 도착했다 ㅋㅋㅋ


요금 결제는 아이폰 애플 월렛(Apple Wallet)에 등록해 둔 LA 교통카드인 TAP 카드를 단말기에 태그해서 간편하게 끝냈다. 한국에서는 당시 애플페이가 정식 도입되기 전이라, 미국 여행 중에 아이폰으로 삑 찍고 결제하는 모든 순간이 어찌나 짜릿하고 편리하던지! 소소한 문명의 혜택을 온몸으로 누렸다 😎
다운타운 빌딩 숲 속 도심 오아시스: 캘리포니아 플라자
엔젤스 플라이트 상부 승강장에서 내리면 곧바로 드넓은 야외 광장인 캘리포니아 플라자(California Plaza)로 이어진다.

다운타운 중심부 빌딩들은 대부분 은행이나 글로벌 기업들의 오피스 사옥이었는데, 삭막한 콘크리트 빌딩 숲 사이마다 이렇게 멋들어진 잔디밭과 수변 공간, 야외 벤치들이 그림처럼 조성되어 있었다.
정장이나 셔츠를 입은 현지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나와 샌드위치를 먹거나 커피를 마시며 여유롭게 쉬는 모습을 보니, “와, 저런 근사한 오피스에서 일하다가 점심에 여기 앉아 커피 한잔 마시면 진짜 살맛 나겠다…” 하는 부러움이 절로 밀려왔다 ㅜㅜ
다운타운 거리 산책과 누나의 특명 심부름
플라자에서 잠시 햇살을 즐기며 휴식을 취한 뒤, 본격적으로 다운타운 골목골목을 걸으며 구경하기 시작했다.



거리 곳곳마다 쭉쭉 뻗은 야자수와 거대한 성조기, 웅장한 아치형 석조 파사드가 어우러져 미국 본토 냄새가 물씬 풍기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오늘 다운타운 중심가를 굳이 걸어서 내려온 데에는 또 다른 중대한 이유가 있었으니… 바로 누나가 신신당부했던 바디로션 심부름 때문이었다 ㅋㅋㅋ 전 세계적으로 워낙 유명한 바디케어 브랜드인 배스앤바디웍스(Bath & Body Works) 매장이 다운타운 쇼핑몰에 입점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는 길이었다.


지도 앱으로 7번가(7th St) 방향을 확인하며 도착한 곳은 다운타운의 대표적인 개방형 복합 쇼핑몰인 FIGat7th!

지하 3층부터 지상까지 시원하게 뚫려 있는 야외 선큰 아트리움 구조의 쇼핑몰이었는데, 타깃(Target), 자라(ZARA), 세포라(Sephora), MAC 등 인기 브랜드 매장들이 알차게 모여 있었다.
바로 근처에 LA 최고층 랜드마크인 윌셔 그랜드 센터(인터컨티넨탈 호텔)가 자리 잡고 있어서, 성수기나 주말 저녁에는 쇼핑객과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핫플레이스라고 한다. 나는 평일 이른 낮 시간에 방문해서 한산하고 여유롭게 매장을 둘러보며 부탁받은 바디로션 미션을 완벽하게 클리어했다!
미국 3대 버거의 위엄: 파이브가이즈(Five Guys) 먹방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심부름은 그저 그럴싸한 핑계였을 뿐 ㅋㅋㅋㅋㅋ
나의 진짜 목적은 쇼핑몰 푸드코트에 입점해 있는 미국 3대 버거 명가, 파이브가이즈(FIVE GUYS)를 영접하는 것이었다! 🍔✨
언제부터인가 이번 미국 서부 여행의 숨은 정체성이 ‘버거 도장 깨기 투어’로 변해버린 것 같다. 하지만 본토 미국 햄버거는 정말 하나같이 충격적으로 맛있어서 어쩔 수가 없다…

파이브가이즈의 가장 큰 매력은 취향에 따라 패티와 토핑을 자유자재로 커스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마요네즈, 양상추, 피클, 토마토, 그릴드 어니언, 그릴드 머쉬룸, 케첩, 머스터드 등 15가지 무료 토핑을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
나는 뭐 가리는 음식 없이 다 잘 먹는 스타일이므로 당연히 “All the way!”를 외쳤다! (“All the way”라고 주문하면 기본 8가지 인기 토핑을 전부 넣어준다.)

갓 구워낸 따끈따끈한 치즈버거(Cheeseburger)와 프라이(Fries), 그리고 시원한 탄산음료를 받아 들고 오늘의 첫 끼를 시작했다.
한입 베어 문 순간… 하, 여기도 진짜 레전드 그 자체였다 ㅠㅠ
샌프란시스코에서 감동받았던 슈퍼두퍼(Super Duper) 버거와 1, 2등을 다툴 정도로 환상적인 맛이었다.
버거 자체는 인앤아웃이나 슈퍼두퍼의 화려하고 자극적인 소스 맛에 비해, 묵직한 소고기 패티 본연의 육즙과 진한 치즈의 풍미가 어우러져 버거킹 프리미엄 라인업과 결이 비슷하면서도 퀄리티는 버거킹을 가뿐하게 압도한다. 담백하면서도 꽉 찬 미국의 맛!
그리고 무엇보다… 여기 감자튀김(Fries)이 진짜 미쳤다.
순수 100% 땅콩기름으로 튀겨낸 케이준 스타일의 감튀인데, 맘스터치 감자튀김의 상위 호환 같은 느낌이다. 겉은 파삭하고 속은 포슬포슬한데, 짭조름한 시즈닝이 완벽하게 배어있어서 먹어본 인생 모든 감자튀김을 통틀어 단연 압도적 1등이었다 ㄷㄷ 케첩에 푹 찍어 먹으면 그냥 기절…
햄버거와 감튀까지 남김없이 싹 비우고 나니 부러울 게 없는 행복한 다운타운 점심이었다.
다음 편에서는 LA의 심장이자 전 세계 영화 팬들의 성지, 화려한 할리우드 거리(Hollywood Blvd)로 떠나보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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