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 도착하고 맞이한 본격적인 여행 1일차 아침.
이 방대한 로스앤젤레스 도시에서 대체 뭐부터 해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 대충 LA 하면 떠오르는 대표 스팟들인 산타모니카, 베니스 비치, 베벌리힐스, 코리아타운, 할리우드 사인, 그리피스 천문대 등을 떠올려 보았다. 평소 즐겨 했던 게임인 GTA5의 주 무대가 바로 LA였기에, 가상 세계에서 누비던 장소들을 직접 두 눈으로 둘러볼 생각에 설렘이 가득했다.
늦잠을 푹 자고 호텔 조식을 먹으며 여유롭게 일정을 짜보았다. 그런데 구글 맵으로 폭풍 검색을 하다가 아주 중요한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LA는 샌프란시스코처럼 아담한 도시가 절대 아니다.”

가보고 싶었던 유명 관광지들까지 대중교통으로 기본 1시간, 멀게는 1시간 반 이상 걸리는 거리였다. 이동만 하다가 하루가 다 갈 것 같아 귀찮아진 나는 😅, 일단 호텔(다운타운)에서 비교적 가까운 캘리포니아 과학박물관(California Science Center)부터 가볍게 들러보기로 했다.
캘리포니아 과학센터: 진짜 우주왕복선 엔데버(Endeavour)호 실물 영접

원래 개인적으로 여행지에서 박물관이나 미술관 관람은 선호하지 않는 편인데, 이곳에는 실제 우주를 비행했던 NASA 우주왕복선 실물이 전시되어 있다는 정보를 보고 찾아오게 되었다.
실제 우주왕복선을 눈앞에서 볼 수 있는 기회는 살면서 거의 없기에, 다른 과학 전시관들은 가볍게 훑어보고 곧장 우주왕복선이 자리 잡은 대형 격납고로 향했다.

이 분야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와봐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압도적인 스팟이다. 실제로 거대한 로켓 엔진과 내열 타일들을 올려다보니, 수십 년 전에 이미 저 거대한 비행체를 우주로 쏘아 올렸던 미국의 어마어마한 기술력에 깊은 경외감이 들었다.

오후가 다 되어서 박물관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니 캘리포니아 특유의 기분 좋은 햇살이 반겨준다. LA의 날씨는 샌프란시스코와 비슷하면서도 살짝 더 덥고 기분 좋게 건조한 느낌이었다. 미세먼지 하나 없는 캘리포니아의 맑고 푸른 하늘은 정말 사랑이다 ㅠㅠ
리프트(Lyft) 타고 미국 최대의 한인 타운으로!

다음 목적지인 코리아타운으로 가기 위해 차량 호출 앱인 리프트(Lyft)를 불렀다.
차에 타자마자 운전기사 아저씨가 나를 쓱 보더니 1초 만에 바로 한국인인 걸 알아보셨다 ㅋㅋㅋㅋㅋ 하긴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의 스타일 구별은 생각보다 쉽다.
기사님이 이동하는 내내 LA 다운타운과 코리아타운에 대해 친절하게 이것저것 설명도 해주시고, 틀어둔 라디오 음악 취향도 잘 맞아서 재밌게 담소를 나누며 이동했다. 한국에서 택시를 타면 대부분 침묵 속에 가거나 정치 이야기로 흘러가기 십상이었는데, 여기서는 낯선 여행자 신분으로 현지 기사님과 가볍게 나누는 대화 한마디조차 무척 유쾌하고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
미국 최대의 한인 사회, LA 코리아타운(Koreatown) 입성


미국 전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한인 집성촌, LA 코리아타운(Koreatown)에 드디어 도착했다!
차를 타고 들어오면서 사방에 큼직하게 적힌 한글 간판들과 야자수, 그리고 KBS 아메리카 건물까지 마주하니 어찌나 반갑고 신기하던지 ㅋㅋㅋㅋ 외국 한복판에서 마주하는 한국어는 언제나 묘한 뭉클함을 준다.
원조의 품격: BCD 북창동 순두부 본점 먹방


한국에도 수많은 매장이 있고, LA 코리아타운을 대표하는 가장 상징적인 맛집인 BCD 북창동 순두부 본점에 도착했다. LA 본점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한국으로 역수출된 것으로도 유명한 전설의 프랜차이즈다.
며칠 동안 햄버거와 피자만 먹다가 오랜만에 제대로 된 얼큰한 한식이 간절했던 터라 바로 안으로 들어갔다. 평일 점심시간대였음에도 테이블이 빈자리 없이 꽉 차 있었다.

메뉴판을 펼쳐보니 순두부 종류가 정말 다양했다. 고기, 해물은 물론 비건을 위한 베지테리언 메뉴까지 구비되어 있어 현지 미국인들의 다양한 취향을 저격하고 있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영락없는 서울의 활기찬 한식당 그 자체였다. 분주하게 움직이시는 한국인 이모님들과 손님들까지, 미국 땅에 도착한 이래로 이렇게 많은 한국 사람들을 한자리에서 본 건 처음이었다 ㅋㅋㅋㅋ 물론 뚝배기 순두부를 땀 흘리며 맛있게 즐기는 현지 외국인 손님들도 꽤 많았다.
주문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한국어로 편하게 하면 된다. 나는 가장 대표적인 시그니처 세트인 해물 순두부 + LA갈비 콤보를 주문했다.
“LA 현지에서 직접 먹는 오리지널 LA갈비라니! 🍖”

잠시 후 한식당의 정석답게 푸짐한 밑반찬부터 깔렸다. 정갈한 배추김치와 깍두기, 나물에 갓 구워 나온 노릇노릇한 조기 구이 한 마리까지 기본 찬으로 나왔다.

그리고 드디어 등장한 메인 요리!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얼큰한 해물순두부와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나온 두툼한 LA갈비, 갓 지은 솥밥이 한 상 가득 차려졌다.
테이블에 놓인 날계란 하나를 톡 깨서 뜨거운 순두부찌개에 퐁당 넣고 국물을 한술 떠먹어보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진짜 너무너무너무 맛있었다.
국물의 깊은 맛과 부드러운 순두부, 그리고 씹는 맛이 살아있는 해산물의 조화는 지금껏 살면서 먹어본 순두부찌개 중 단연 역대 최고였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조기 구이도 밥도둑이었고, 달콤 짭조름한 양념이 쏙 배어 숯불 향이 솔솔 나는 LA갈비는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여행 중 오랜만에 먹은 한식 버프를 감안하더라도 가히 레전드급 퀄리티였다.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온 뒤 서울의 북창동순두부 매장들도 몇 번 가보았지만, 솔직히 이 LA 본점에서 먹었던 그 압도적인 밑반찬 퀄리티와 찌개의 감칠맛에는 미치지 못했다.
세트 가격이 팁 포함 약 25,000원(당시 환율 기준) 정도로 현지 한 끼 식사로는 다소 비싸게 느껴질 수 있지만, 푸짐한 양과 갈비 퀄리티, 돌솥밥까지 생각하면 돈이 전혀 아깝지 않은 최고의 가성비였다.

기분 좋게 배를 든든히 채우고 팁을 얹어 계산을 마쳤다. LA에 머무는 동안 무조건 꼭 다시 오리라 다짐하며 식당을 나섰다!
레트로 감성의 코리아타운 거리 산책 & 갤러리아 백화점



부른 배도 꺼뜨릴 겸, 소화도 시킬 겸 걸어서 근처의 코리아타운 갤러리아(Koreatown Galleria)까지 가보기로 했다.
걸어가면서 길가에 늘어선 한글 간판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식당 문을 나서자마자 ‘활어 횟집’ 간판이 보이고, 조금 더 걷다 보니 ‘생활토이 백화점’ 등 옛날 80~90년대 서울의 골목길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레트로 감성이 물씬 풍겼다. 미국 특유의 넓은 도로와 야자수 사이에 한국어 간판이 녹아들어 독특한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건물 벽면에 곱게 한복을 입은 여인의 벽화와 함께 태극기, 성조기가 나란히 펄럭이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천천히 걸어 올림픽 블러버드(Olympic Blvd) 사거리에 위치한 코리아타운 갤러리아에 도착했다. 이 일대에서 가장 규모가 큰 대표 한인 종합 쇼핑몰이다.

내부로 들어가 먼저 2층 서점 코너를 둘러보는데, 학창 시절 누구나 한 번쯤 읽어봤을 한국 어린이들의 국민 학습만화 ‘Why?’ 시리즈가 책장에 가지런히 꽂혀 있는 걸 보고 빵 터졌다 ㅋㅋㅋㅋㅋ 지구 반대편 미국 서점 한가운데서 Why 책을 보게 될 줄이야!


1층 대형 마트로 내려가니 주류 코너에는 테라 맥주와 참이슬 소주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컵라면 코너에는 온갖 종류의 불닭볶음면과 햇반 컵반들이 한국 대형마트보다 더 빼곡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갤러리아 내부를 오가는 손님들도 대부분 한국인분들이라, 여행 중 타향에서 잠시 한국으로 공간 이동을 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다만 여행이 끝난 뒤 돌이켜보니, LA에서 단 4박 5일만 머무르는 짧은 일정이었다면 코리아타운 쇼핑몰 구경은 조금 시간을 아꼈어야 했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ㅜㅜ LA는 워낙 넓고 가봐야 할 명소들이 무궁무진해서 1분 1초가 소중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타국에서 한국인들의 뿌리와 활기찬 삶의 터전을 직접 느껴보고, 인생 최고의 순두부찌개를 맛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고 특별한 경험이었다.
다음 편부터는 LA의 대표 명소들을 본격적으로 누벼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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